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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연주르의 여행

20대 나를 찾는 여행, 전라남도 영암 한달살기 3

저는 잠자리가 바뀌면 작은 소리에도 깨고 그냥 잠을 잘 못자는 편이예요.

거기다가 밤에 진짜 고라니 우는 소리를 실제로 들은 후엔 더 잠을 못잤던 것 같아요.

(진짜 놀랍니다.)

그 이야기를 했더니 크루에 오빠한분이 귀마개를 선물로 주셨어요.

처음으로 귀마개를 끼고 잠에 들었던 밤인데요.

이런 작은 성의에 마음이 따뜻해진 밤이였습니다.

이 날은 날짜도 기억이 납니다. 7월 26일이였죠.

아침 일찍 수업이 있어서 영암 '청년몰'이라는 곳에 모였죠.

사진을 취미로 찍는 동생이 있어서 가자마자 제 프로필 사진을 찍어 주었어요.

이렇게 보니 제가 받았던 것들이 참 많네요.

한달동안 정말 서로에게 서로를 조금씩 새겨 갔던것 같아요.

사진을 찍고는 본 수업이 들어가기전에 점심을 먹었는데요.

영암 맛집으로 추천드릴 수 있는 곳이였어요.

청년몰 내부에 '라이스스토리'라는 곳이였는데.

이 청년몰 안에는 초밥집과 라이스스토리 이렇게 두개의 식당과 카페 한개가 운영되고 있더라구요.

전 나시고랭을 시켰습니다.

너무 성공적인 메뉴선택! 만약 여기에 방문하신다면

나시고랭과 돈까스를 추천드립니다ㅎ

다른 친구들이 돈까스를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고 하더라구요

청년몰 안에선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공방들이 있었는데,

저희는 이날 맥주향초만들기와 가죽파우치만들기를 했습니다.

맥주향초지만 이렇게 저처럼 조금씩 바꿔서 칵테일을 만들 수도 있답니다.

이렇게 귀여운 향초들을 만들어졌는데요.

세삼 보니 각자의 취향이 뚜렷하네요.

정말 서로다른 취향, 모습, 생활패턴을 가진 사람들이 다같이 모여서 한달반을 지냈던게 꿈만 같이 느껴지네요.

남은 자투리 향초들은 이렇게 트리에 넣어서 선물로 주셨는데요.

사실 작은 선물이라고 느낄 수 있는 이런 부분들이

어쩌면 영암이라는 공간에 더욱 애착을 갖게된 이유가 아니였나 싶어요.

프로젝트가 끝난 후는 거의 자유시간인데요.

그날은 처음으로 운동장으로 나가서 그늘아래에서 일기를 쓰다가 노래를 듣다가 한량처럼 있었던 것 같아요.

서울에서 지낼때 한강에 가서 돗자리를 펴고 누워있는걸 참 좋아했는데요.

워낙 사람이 많다보니 쉬고있다기 보다.

'몇시까지 한강에서 돗자리를 펴고 누워있다가 도시락을 먹고 해지기 전에 집에 가야지.'라며

조금 조급하게 이런 행위를 다들 하니까 나도 했다. 라는 느낌이였어요. 뭔가 미션을 클리어 하는 느낌?

하지만 이곳에서는 그냥 내가 쉴만큼 그 어느때보다 편안하게 하늘과 바람을 느꼇던것 같네요.

앞에서는 이렇게 친구들이 배드민턴을 치고 있고

저는 그동안의 걱정은 지운채 그냥 그 상황을 즐겼던 것같아요.

내일 출근해야 되는 회사도 없고 시간이 지나면 끊기는 지하철도 없고 마감해야하는 프로젝트도 없으니

부담과 조급함은 접어두고 지금의 나에 집중할 수 있었던 시간이였죠.

저녁밥을 먹을 땐 너무 놀랐어요

사실 이날의 날짜를 기억한다는 이유가 제 생일이였거든요.

저녁에 동생들이 미역국을 끓여 놨더라구요.

정말 기대도 안하고 애초에 말도 하지않았어요.

서로 알게 된지 얼마나 됬다고 그런 이야기를 하는게 서로에게 부담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생각치도 못한 선물을 받으니 정말 그 어느때보다 기쁘더라구요.

저녁엔 제가 가진 능력? 지식?을 다른 분께 나누는 시간을 만들기도 했고요.

이렇게 서로에게 배우는 시간이 자유롭게 이루어졌던 것 같아요.

회사에 있으면서 다수의 사람들에게 교육을 하기도 했지만

이때는 부담은 덜어두고 정말 알려주고싶은 마음만 담았습니다.

그 다음날엔 아침부터 같은 방 동생과 자전거를 타고 왔습니다.

스텝분들께서 자전거를 2대나 마련해주셔서 타고 근처 마트까지 다녀왔죠.

가면서 산과 들과 논과 푸르른 하늘이 온전히 나의 눈에 들어오기 위해서 준비된 세트같았어요.

제겐 너무나 완벽한 아름다움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풍경들이였습니다.

그렇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을 남기게 되었는데요.

정말 이 환경에 스며든것 같아서 좋아하는 사진입니다.

그동안의 부담들은 모두 내려놓은 본격적으로 이 영암을 즐기게된 날이기도 하고요.

가는 동안에 이렇게 자전거 체인에 걸려서 바지가 찢어지기도하고

(여담이지만 지금 이바지는 찢어진 부분을 자르고 잠옷으로 입고 있습니다ㅎ)

이때 얼마나 놀랏는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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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찢어진 바지를 이끌고 자전거를 타고 마트까지가서 뭘 사온줄 아세요?

막걸리와 과자, 빵을 사왔습니다ㅋㅋ

저희가 있는 숙소에서는 아무래도 읍내까지 나갈려면 차로 20분 30분정도 나가야하니

괜히 평소엔 안먹는 과자랑 빵이 그렇게 먹고싶더라구요.

그리고 막걸리는, 제가 영암에 있으면서 정말 그동안 마실 10년치 막걸리를 다 먹고온것 같아요.

이 영암 월출산 막걸리가 맛있기도 했는데, 친구들이 근처 타지역에 놀러갈때마다 지역막걸리를 사와서

전라도에 있는 막걸리는 아마 종류별로 거의 다 먹어본 것 같네요.

이렇게 자전거를 타고 다니니 근처에 사는 강아지도 숙소까지 따라와서 맘껏 이뻐해줫습니다.

크루 동생이 삣쮸라는 이름을 지어 주었는데 알고보니 원래 이름에 제니였다는 사실 너무 트렌디한 이름이여서 놀랐었죠.

후에 제니는 소리소문없이 사라져서 저희가 모두 슬퍼했는데요.

애초에 아가 강아지였던 제니가 수로에 빠진걸 지금의 제니 주인아저씨께서 구해주셨다고 해요.

사람을 워낙 좋아하는 친구라 사람을 따라가다 길을 잃었는지.. 그냥 건강하게 다시 집을 다시 찾아갔기를 다시한번 기도합니다.

어느날은 이렇게 제가 참치카나페를 만들고 친구들에게 알려주기도 했고

스텝 친구가 키우는 귀여운 강아지 콩이가 놀러와 모두의 사랑은 한몸에 받기도 했죠

엄마 바라기지만 이렇게 얌전한 콩이 다시 보고싶네요

영암에 있는 모든 저녁은 아름다웠습니다.

너무 예쁜 엽서를 선물 받은 것 같았고 나만 보는 이 아름다움이 너무 아까워 제 사진첩엔 아직 영암의 노을이 가득이네요.

달이 엄청 크게 떳다는 밤에는

옹기종기 올라가 밤하늘을 올려다보기도 했는데요.

워낙 밤에 불빛이랑은 거리가 먼 시골이다보니 정말정말 별이 잘보여요.

별이 보고싶은 날엔 운동장이나 옥상에 올라가 돗자릴펴고 누워있기도 했답니다.

아직 나에게 너무나도 선명한 기억들 투성이인 날들이

지금 제가 이렇게 글을 쓰게 되고, 그림을 그리게 되고, 홀로서기를 하게되는 큰 힘이 되었던 것 같아요.

아직 저의 영암이야기는 많이 남아 있지만 유독 이날들의 기억이 뚜렷하네요.

어쩌면 처음 친구들에게 마음을 열고 타인의 성의를 그대로 받아들이게된 계기가 되었던 날들이라 그럴까요.

 

나의 가장 뜨거웠던 여름의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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