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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연주르의 여행

20대에 시골에서 자연스레 어울려 산다는건, 전라남도 영암 한달살이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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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고 받는다는 의미가 그전엔 내게 그냥 딱딱한 기브앤 테이크 정도의 의미였다.
내가 무언가를 주었다면 받는게 당연하다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난 내가 원하는 것을 받기위해 준적도 있었고
어쩔수 없이 받았기 때문에 원하지 않은 것을 준 적도 있었다.

영암에서 지내면서 많은 던 에피소드 중 하나는 아무래도 일러스트 교육이 아닐까싶다.
퇴사 전 회사에서 직원들을 상대로 sns마케팅 교육을 몇차례 진행하였다.

그래서 아마 조금 자신감이 생겼던 것 같다.
아주 기초적인 교육을 3시간정도 진행하고 야무지게 과제까지 내주었다.

그후 난 다른 프로젝트가 있어서 과제만 내주고 부랴부랴 숙소를 나왔었는데

프로젝트가 끝나고 들어와서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았다.

나의 첫 제자가 준 (과제)편지지다.

처음 받았을때 놀람과 고마움을 잊지 못한다.
'편지'가 주는 감동이 있지않은가?
사실 일러스트를 알려주었기 때문에 타자로 쳐서 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직접 손으로 쓴 편지가 주는 향기가 있다.

내 서랍속에 꽁꽁 감쳐줘 있는 편지는 또다른 나를 발견하게 된 첫 열쇠가 되었다.


그후 평온하고 고요한 날의 연속이였다.
시골에서의 하루하루는 변함이 없고 조용하다.
숙소안에서는 돌아가는 선풍기 소리와 창문을 열었을 때들리는 풀벌레소리와 매미소리가 전부다.
간간히 들리는 농기계소리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혼자 앉아 게으름을 부리던 중에 갑자기 벌떡일어나 자전가를 타고 나갔다.

친구들이 입이 닳도록 말하던 언덕위에 있는 정자를 보기위해서 말이다.

그곳에서 난 생각지도 못한 친구를 만났다.

정자에서 만나게 된 친구는 같이 커피를 먹자며 날 집으로 초대했다.
사실 굉장히 무서울 수도 있는 만남이다.

하지만 그때의 난 개의치 않았던 것같다.

친구의 집으로 가는 길에 핀 풀과 꽃들을 구경하고
시멘트까지 뚫고 자란 잡초를 뽑아야하고 집이 지저분하다는 친구의 말을 들으면 그 뒤를 따랐다.

아름다운 한때였다.
11시 30분경, 내리 쬐는 강렬한 태양과 여름의 푸르름이 넘실대는 시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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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집은 들어사자마자 연신 너무 예쁜 집이라고 몇번이고 몇번이고 웅얼거리게 만드는 곳이였다.
친구도 이곳에서의 삶이 자신에게 큰 안정과 기쁨을 준다고 말했다.

그녀는 선교사였고 코로나가 터진후로는 영암에 내려와 지내고 있다고 했다.
오랜만에 새로운 사람을 만나 너무 기쁘다고 말해주었다.

곳곳에서 느껴지는 시골의 따뜻한 오브제들이 나에 눈에 들어왔고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날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내가 영암에서 항상 신고 다니던 '비빔면' 슬리퍼가 이렇게나 뜬금없어 보일거라고는 생각도 못하였다.
이곳은 진짜 내가 생각하던 시골과 정겨움, 따뜻함이라는 단어로 만들어진 집이였다.

부엌에서 가루커피를 타서 얼음을 동동 띄운 후 친구가 아끼는 뻥튀기를 들고
우리가 처음 만났던 그 정자에 다시 앉았다.

생각보다 시원했던 바람과 하나둘 모여드는 사람들의 웅성임 여름이 띄워진 시원한 가루커피 한잔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고 결국 그때의 기억은 정말로 나에게 한여름밤의 꿈이 되었다.

이날의 기억을 다시 밟아 보자면
난 숙소에서 도화지에 이런저런 스케치를 끄적이다가
갑자기 자전거를 타고 나왔고, 정자에서 친구를 만났다, 친구가 타준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동네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고 마지막엔 영암에서 로또가 당첨된 곳이라는 다른 친구의 집까지 놀라갔다가 왔다.

정말 작은 다큐멘터리 속에 들어와 있었던 하루지 않나싶다.

그렇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숙소에 다시 돌아갔을 때

또다른 선물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영암 짝궁이 준 작은 편지한장
저번에 알려주었던 일러스트강의 이후에 만들어본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보니 난 참 많은걸 받았다..

우리 둘이 찍힌 사진이 있는 엽서에는
들꽃을 함께 엮어서 출처를 알수 없는 끈에 묶어 선물을 해주었다.

짝궁은 나에게 또다른 영암을 선물해준 것이다.

풀들이 내는 푸른 향기와 우리의 가장 예뻣던 하루가 작은 엽서에 꾹꾹 담겨있었다.

우리는 그날 저녁 그녀가 선물해준 들꽃을 배경삼아
둘만의 파티를 열었다.
아마 영암을 떠나기까지 2주 안되던 시간이 남았었 던 것 같다.

한달살기라고 말했지만 실제 6주 한달 반동안 난 영암에 있었다.

다녀온지는 3달정도가 되어가는 것 같다.

이렇게 난 글을 쓰며 다시 그때를 나에게 세기고 또 다시 마침표를 찍고 있다.
영원히 끝지 않을 것만 같던 나의 한달살이는 이렇게 마지막 날을 향해 조금씩 천천히 그럼에도 빠르게 흐르고 있었다.

긴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영암의 한달살이 이야기가 점점 끝을 향해 달려가네요.
물론 다른 시리즈를 연재하더라도 이때의 이야기가 많이 나올 것같은데.

앞으로도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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