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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연주르의 여행

새로운 것들에 익숙해지는 과정, 전라남도 영암 한달살이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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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시작하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 있다면

아마 새로운 것에 익숙해지는 과정이 아닐까?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 새로운 일을 배우는 것, 새로운 공간, 새로운 루틴들

난 새로운 것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두려워 하기도 한다.

 

새로운 것임에도 잘해야한다는 말도안되는 압박이 있는 편이고

그것이 나를 더욱 고립시킨다.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떠나는 새로운 여행,

 

도착한 곳이 비록 새로운 여행지는 아니였지만,

출발하는 곳이 함께하는 사람들이 그 과정들이 새로웠다.

 

과정의 변화는 퀴퀴하게 묵은 바다냄새가 나는 나의 오랜 고향에서의 일상이

새롭게 보이던 계기가 되었다.

끌어주고 밀어주던 따뜻한 손을 기억한다.

그날의 찬란함을 기억한다.

무덥던 날의 온도보다는 나무가 내뱉던 시원한 숨결을 기억한다.

 

최고로 무덥던 나의 여름은 이상하게 너무나 깨끗하고 시원한 청량함만 남아있다.

이런 모든 새로운 감정들은 나를 찌르던 뾰족했던 고된 고민들을 조금씩 깎아내기 시작했다.

작게 작게 나를 이루는 부분중 가장 작은 부분이 될 수 있도록 하였고,

나의 찌푸린 표정을 부드럽게 어루만져 주기 시작했다.

새로움이란 함께 지내면 지낼수록 멀어진다.

그리고 아득히 멀어졌다 느낄때,

뒤를 돌면 익숨함이 나도 모르는새 가까이 와있음을 알게 된다.

 

이날도 그랬다.

난 스스로 낯을 많이 가리고

겉으로 티나지는 않지만 사람을 사귀는데 오래걸린다고 생각하고 말하고 다닌다.

 

너희는 나에게 새로움이였고

나는 나도 모르는 세 익숙함으로 물들여져있더라.

 

여수여행에서 느꼈던것 같다.

이제는 친구라 말할 수 있겠다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을 데려가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보여주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

 

이렇게 자연스럽게 난 함께함이 익숙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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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표현하는 모습들과는 다르게 굉장히 날이 서있는 편이다.

모든일을 완벽하게 시작하고 끝내야된다는,

정확한 시간에 계획했던 일을 해야된다는 ,

생각했던 루틴들을 순서대로 진행해야된다는,

이 모든 강박들이 날 더욱 날카롭게 만든다.

하지만 한달살이를 하면서 친구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

'오히려 좋아'

 

알고보니 밈처럼 도는 위로의 문장이긴 했지만

어느샌가 나에게도 말해주고 있었다.

 

연주야, 오히려 좋아

늦잠을 잤다면 밤늦게까지 깨어있어 별을 볼수 있어 좋았고

생각보다 일찍일어난 날엔 하루를 일찍 시작할 수 있음에 좋았다.

 

비가 올땐 막걸리를 먹을 수 밖에 없다는 변명들이 좋았고

비가 갠 후엔 랜덤으로 떠오르는 무지게를 찾아다닐 수 있음에 좋았다.

혼자 있는 시간이 왔을땐 보고 싶었던 영화를 볼수 있음에 좋았고

함께 있는 시간이 왔을땐 서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음에 좋았다.

 

오히려 좋다는 건 어쩜 항상 좋은 일이 있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난 그렇게 항상 좋았던 한달살이를 할 수 있었다.

이날은 갑자기 5일장에 다녀온날,

영암의 시장은 매일 열리지 않는다.

5일에 한번 열리는 5일장이 있다.

5일 10일 15일 20일 25일 30일

(31일이 있다면 마지막날에 열린다고 알고 있다.)

 

그리고 난 이날의 이벤트로 순대를 사먹었다.

계획하지 않은 일들은 나에게 이벤트와 같다.

그 후에 꼭 한달살이가 끝나기전에 이곳에서 소주에 순대먹자고 했던것 같은데

아쉽게 그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아래에보이는 곳은 영암에 유명한 카페 & 한옥 펜션 '남향재'이다

친구들과 함께 들린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는

팥빙수의 떡!! 지금은 추워서 팔지 않으시려나.

방문시에 꼭 시켜서 다들 먹어봤으면 좋겠다.

사실 카페에 가기전 우린 몇안되는 영암 맛집에 들렸다.

'기찬메밀국수 영암농협본점'

터미널과 가까운 이곳은

영암에 처음 도착한날 숙소로가는 중에도 봤던 집

8월이 지난 어느날 드디어 가게되었다.

메밀 전문점이다.

메밀 만두, 메밀국수, 메밀온국수, 메밀육회비빔밥(?), 메밀돈까스(?) 등을 파는 곳이고

내가 추천하는건 '냉메밀국수'와 사진엔 없지만 '메밀김치전병'이다.

이곳은 유일하게 영암에 있는 동안 2번을 방문한 식당이다.

 

지금도 생각난다.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함께 즐겼던 것

사실 특별한 맛이 아닐지 모르지만,

방문했던 두번 다 너무 좋았다.

완 메

 

 

아름다움과 즐거움은 언제나 짧다.

그렇기에 내가 그것을 깨달은 순간 그때만큼은 현재에 살아야한다.

 

아쉽게도 가장 행복한 순간은 당시에 잘 모르는 편이다.

되돌아 보았을때,

'아 그때 정말 행복했지, 좋았지.'

어쩌면... 정말 어쩌면...

지금 이렇게 혼자 카페에 앉아

좋아하는 커피를 시켜서 나의 옛 이야기를 끄적인는 이 순간 또한 행복한 순간일까.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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