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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연주르의 여행

내가 다시 나아갈 수 있었던 이유, 전라남도 영암 한달살기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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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에는 2가지가 있다고 본다.

육체적 휴식, 정신적 휴식

육체적 휴식은 단기에 끝낼 수 있다고 생각되고

정신적 휴식은 장기전이라고 생각한다.

 

체력이 회복되는 시간보다 멘탈이 회복되는 시간이 훨씬 오래걸린다.

그리고 훨씬 많은 돈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창 일해야하고 바빠야할 나이인 지금, 난 휴식이 필요했다.

이날은 개인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위해 월출산에 처음 온 날이다.

월출산은 대한민국의 5대 악산으로도 유명하기도 하고 기가 가장 쎈 산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옷을 보면 알겠지만 사실 산 초입까지만 들어갔다가 나왔다ㅋㅋ

애초에 등산을 할 생각으로 간것은 아니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번다시는 월출산에 오지 않을것 같았는데,

이 후에 한번도 오게된다.

월출산으로 같이 온 일행들이 있었지만

각자가 원하는 일을 찾아서 흩어지고 혼자가 되었다.

 

내가 원하는 이미지를 담기 위해 이리저리 사진을 찍고 있었다.

생각보다 작업은 빠르게 끝이 났고

나도 이 풍경에 담겨 있고 싶어 이리저리 셀카모드로 핸드폰을 움직이던 때였다.

 

"사진 찍어줄까요?"

아마 산을 관리해주시는 분인 것 같았다.

 

그분은 사진을 찍었을때 사람과 산이 가장 예쁘게 보이는 곳으로 날 안내해주시고

꽤나 많은 양의 사진을 찍어주셨다.

덕분에 난 이렇게 좋은 기억을 내 눈으로 볼 수 있는 행운을 얻었다.

 

잠깐 들린 산에선 많은걸 얻어갔다.

영암 도포면에 있으면서

난 노을을 보기에 가장 좋은 곳을 알아냈다.

아직 무르익지 않은 평야의 푸른 바다 위

드넓은 논의 한가운데 이다.

 

자전거로 10여분 정도를 굴리면 갈 수 있는 곳이다.

아마 이 뒤로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다음날은 폭우가 내렸고

우린 어쩌면 슬픔이 쏟아지기 전 아무것도 모른체

슬픔의 기운이 오는 오묘함을 보며 아름답다고 느꼈는 지도 모른다.

구름 사이로 비치는 노을 빛이 너무나 신비롭고 아름다웠다.

 

언제나 그랬듯이 비슷한 노을은 볼 수 없었기에

이 날의 구름은 뭔가 달랐다.

동생이 노을을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다는 곳에 날 데려가 주었다.

 

하지만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했고 이데로 노을은 보지 못하겠구나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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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그 곳을 찾았다.

다시 돌아갈까도 생각했지만 결국 그 곳을 찾아갔고

난 어쩌면 지금까지 내가 본 노을 중에 가장 아름다운 노을을 보았노라며 말할 수 있게되었다.

그리고 그날 보았던 노을이 어쩌면

지금 나의 모습같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오지 않았으면 느끼지 못했을 감정들을

난 결국 이곳에 왔고, 내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을 겪었노라고

우리 숙소에 항상 찾아오는 단골손님이다.

이름은 콩이 아기강아지인데

항상 처음 마주칠땐 낯을 가리면서 순식간에 기분이 좋아지는지 토끼처럼 뛰어다닌다.

생긴것도 토끼처럼 생긴 콩이

이날은 두레농원 사장님께 초대받은날

배밭을 처음 와봤다.

배밭에 배꽃이 필때가 제일 예쁘다던데

다음 꽃이 필 무렵에 찾아 가도 기쁘게 맞이해주시려나..?

아침까지 비가 억수로 내리던 모습이라고는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하늘은 화창해졌다.

우린 그렇게 원하던 또다른 노을을 볼 수 있었다.

맛있는 음식들도 대접받고 선물같은 하루였다.

 

조금씩 달라지는 내 하루하루가 너무나 소중해졌다.

내일이 기대되고 아침이 기다려졌다.

 

처음 내가 말했던 휴식, 그리고 내가 산에 들리면서 얻어온 것, 그리고 배밭에서 가져온 정성어린 선물같은 하루

과연 나에게 휴식이란,

이곳을 떠나서 이곳의 휴식을 가져갈 수 있을까?

 

그럼 난 휴식을 어떻게 형태화시킬 수 있을까 고민했고

그렇게 난 영암에서의 휴식을

내 멋대로 만들었다.

나무들 사이로 들어오는 반짝이는 햇살,

그 안에서 느껴지는 평화로움과 아늑함,

빛들이주는 위로와 그늘이 주는 안정감

 

그것을 천에 새기기 시작했다.

사실 이런 이미지를 처음 본 사람이 느끼기에는 무리가 있다.

나의 너무 개인적인 경험들과 견해들이기에

 

그럼에도 난 이 얇디 얇은 천하나에

나의 한달을 담았고 그것은 나에게 또다른 경험을 주었고 영감을 주었다.

무엇보다 나에게 가장 큰 용기를 주었다.

 

그리고 난 그 용기로 지금 이렇게 다른 내가 되었다.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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