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영암을 떠난다.
한여름의 밤의 꿈이였던 나의 영암은 몇장의 사진과 영상으로만 남게 된다.
마지막날 밤 우린 냉장고를 싹싹 긁어모아 송별회를 열었다.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을 되새기는
앞으로의 서로의 시간들을 응원하는
낯간지러운 말없이 그냥 우린 처음 함께 만났던 그날 처럼
다른것이라곤 미묘한 어색함은 지운체 붙여앉은 자리에서 서로에게 기대어도 불편하지 않은
실컷 떠들다보니 새벽이 훌쩍 넘은 시간 우린 이곳에서 마지막 잠에 들었다.
졸업식이다.
우리의 여름을 졸업하는 날
이제 품에 안겨오는 작고 따뜻한 너도 그립겠지
졸업식을 마치고 함께하는 점심
어제 남은 연어로 연어초밥을 한다며 모여있는 모습이
퍽이나 귀여울 따름이다.
나를 배웅해주는 너희를 눈에 담느라 차마 카메라에 담지 못했다.
어쩌면 이번 여름 내가 가장 후회하는 일들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를 타기위해 기차역으로 향하는 중
내 여름 짝궁에게 받은 편지,
괜한 뭉클함과 이제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울적해졌다.
기차역까지 데려다주는 마음이 소중해
장난스럽게 담아본 사진 한장, 여름의 시작과 끝을 함께한
떠나는 기차를 따라서 달리는 모습에 웃음을 짓다가도
결국은 떠나 혼자 남은 기차안에서는 한마디도 꺼낼 수 없었다.
이날 내가 인스타에 썼던 글을 가져와보았다.
만남에는 헤어짐도 있다지만
이별은 영원히 익숙해 지지 않을거라
하루 종일 멀미처럼
이상한 울렁임이
가슴속 어딘가에서 진동한다
오늘이 기억으로 남는게
한편으로 너무 슬프다
이날이 과거가 되는게
속상하다
하지만
앞으로의 또다른 만남과
또다른 헤어짐을 겪어야 하기에
이상한 울렁거림이
익숙해 질때까지
조금만 슬퍼하자
캐리어에 가득찬 내 짐처럼
하나도 놓치지않고
추억을 담느라
내가 타고있는
이 기차에 너희가 가득이다
어쩌면 내 모든 여름 중 이날의 여름만 남을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든다.
물론 앞으로 더욱 뜨거운 여름을 마주치게 된다면
조금 흐려지긴 하겠지
하지만 그럼에도 난 잊지 못할 것이다.
셀수 없이 지나간 날들 중 또 지나갈 날들 중
2021년의 여름 고작 6주는 내게 많은 것을 놓게 하였고, 많은 것을 알게 하였다.
함께여서 즐거웠고, 뜨거웠고, 기뻤다.
우리라는 여름을 만나 찬란한 어린날의 기억을 만들어 줌에 고맙고
아름다웠던 영암에 살아봄에 많은 것이 변했다.
어쩌면 내 인생의 가장 작은 터닝포인트였을, 영암
안녕, 내 가장 어린 기억
이렇게 제 영암에서의 한달살이 시리즈가 막을 내렸습니다.
하잘것 없는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생에 첫 한달살이 였던 2021년의 여름은 제게 참 많은 것을 바꿔 놓았고
이렇게 제 이야기를 글로 풀어놓을 수 있게 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영암에서의 이야기는 유튜브채널을 통해서도 영상으로 제작중이니
혹여 궁금하신 분들은 오셔서 구경해주시기 바랍니다.
>>>> 연기록 유튜브 <<<<
다시한번 함께 늦은 여름을 지나쳐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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