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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연주르의 여행

버리고 남기고 가져가는 것들, 영암 한달살이 최종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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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음날이면 영암을 떠나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날

6주라는 시간동안

내안에선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다.

 

무엇하나 버리지 못해 쓰레기통을 방불케하던

내안에 커다란 감정바구니를 비워낸것

 

아마 이곳에 와서 얻어낸 가장 큰 수확이였으리라.

 

 

버리고 남기고 가져가는 것들을 이제는 정리해야했다.

 

 

그렇게

우린 여기에 남길 수 있는 것들을 모아

우리가 다녀감을 알리는 작은 축제를 열기로 했다.

 

내가 이곳에 남기는 것.

'향수'라는 이름의 작업물을 만들었다.

 

향수 :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나 시름

 

내가 가장 좋아하던 풍경, 향기, 장면

이곳을 사랑해 마지않았던 '그것'들을

 

난 작은 엽서에, 바람에 흔들리는 커튼에, 은은하게 풍기는 향수에 담아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남겨주고

떠나기 전 우리에게 다시금 보여주고 싶었다.

시간이 지날 수록 무뎌지는 당연함들을

잠깐 들렸다가는 여행자의 눈으로 보여주려 했다.

 

이곳이 얼마나 아름다운 곳인지를....

 

 

 

 

드디어 전시회 당일이 되었다.

아침일찍 오는 손님들에게 드릴 커피 원두를 사러 읍내의 로스팅카페에 들렸다.

향긋한 커피향이 이른 아침 몽롱하고 미적거리던 몸을 깨우는 것 같다.

 

6주라는 기간동안에 처음 와보는 카페

마지막까지 새로울 것이 있다는게 꽤나 흥미로웠던 것같다.

 

처음과는 꽤나 달라진 표정.

비워냄이 주는 개운함.

 

 

 

 

월출산, 전에 방문했던 월출산 입구에서 찍은 사진이다.

창가로 들어오는 햇살이 커튼을 투과하며 주는 청명함과

서늘하게 들어오는 바람에 살랑이는 질감이 

마치 처음 영암에 들어섰을때의 설레는 기분을..

 

 

푸른 숲, 어쩌면 내 삶속에서 가장 자연과 가까이 있었던 6주의 기간들

차들의 클락션소리가 아닌, 사람들의 소란스러움이 아닌

지저귀는 새들의 노래가 흐트러지게 불어오던 바람의 속삭임이

나에게 하는 나의 질문들을 오롯히 집중할 수 있게 해주던..

 

 

이 모든 나의 6주를 담고 싶었다.

어쩌면 큰 욕심이지만, 만족한다.

 

 

 

 

아무도 모르는 그때그때의 나의 작은 이야기들을 엮은 엽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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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만난지 얼마 안되 마주보며 웃게 만든

제멋대로 만들어낸 향초

 

 

첫날 이후 거의 목에 걸어본적 없는

이름표

 

 

작고 소중한 기억들이 담긴

손바닥만한 사진들

 

 

트랜디세터로 거듭나게 된 선물받은

우리의 유니폼

 

 

 

너희와 함께여서 즐거웠던 시간들

 

 

 

개운함일까 섭섭함일까 아니면 또다른 기대감일까

 

이곳에서 지내며 또다른 나의 모습을 알아봐준 너희와

 

 

이제는 이렇게 가까이에서 함께 할 수는 없지만

나를 응원해준 만큼 나도 멀리서 너희가 가는 길들을 응원할게

 

 

그래도 나의 6주는 어쩌면 내 20대중에 가장 깨끗한 날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묵혀두었던 고민들을 지저분한 감정들을 날 깎아데던 날카로움을 버릴 수 있었던

 

 

조금 더 성장했던 짧고 길었던 나의 어쩌면 우리의 6주

서로를 서로에게 새겨간 날들, 조금씩 다른 우리들이 맞춰갔던 시간들

더이상 새로울게 없을 것 같던 내 인생의 길목에서 벗어나서 들어선 작은 오솔길에서 만난

소중한 우리의 인연이 또다른 씨앗이되어 시간이 지나 잊혀질때쯤 향기로운 꽃을 피우길

 

 

 

이제 정말 마지막 한편을 남기고 있네요.

오늘도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내일 연재될 마지막 편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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