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음악에 소질이 없다.
박치에 음치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아마 초등학교때 였던 것 같다.
운동회때 사물놀이를 한다고 장구채를 처음 잡아본 것
정말 열심히 했다. 나만 틀리면 부끄러우니까.
운동회가 열리고 사물놀이가 시작되면서
머리가 새하얘진 난 그냥 하는 척만 했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 20년정도가 흘렀을까?
이번엔 난타채를 잡았다.
한달살기 프로젝트 안에 들어있는 소규모 행사다.
난 애초에 이 행사에 참여할 생각이 없었다.
음악이랑은 태생 자체가 안맞는 분야였고
굳이 관심없는 데에 시간을 쏟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어쩌다 정말 어쩌다 참여하게 되었다
난타를 배우러, 김해까지 갔고
너무 어색했다.
본격 난타채를 잡고 나서야 실감이 되었다.
해보지 않은, 할거라고는 생각도 해본적 없던 일들
그냥 어차피 남는게 시간인데 하며 시작했던
결론은 재밌었다.
성인이 되고서야 손에 쥐어본거라곤 사실
마우스와 술잔밖에 없던 내게
이런 작은 자극들이 내게 또다른 기폭제가 되었던 것 같다.
난타공연을 성공적으로 끝냈다가 아니라
한번 해볼까라는 마음을 먹고 그들과 함께 시작한것
내가 치는 난타 자체는 어색하고 볼품없었지만
이곳에서도 다양한 사람을 만났고
다른 사람들과 조심스럽지만 빠르게 어울리는 과정들이
내가 가는 길말고 다른 사람들의 길을 가까이서 구경하는 일이 재밌게 느껴졌던 것 같다.
난 여전히 음치고 박치지만
또다른 음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함께 하고싶다.
그들의 삶을 가까운곳에서 지켜보고 싶다.
사실 단지 그것이다.
우리는 김해에서 영암으로 넘아가는 과정에서 잠깐의 여행을 곁들였다.
'진주성'에 들린 것이다.
생각보다 성자체가 광활했고 웅장했다.
함께했던 사람들과 또 함께하는 작은 여행
기나긴 여행들보다도 기억에 남는 별사탕같은 달콤함이 있다.
찌는 듯한 더위였지만
여전히 사진 속은 시원하고 쾌청하다.
맑은 날의 선명함이, 햇살의 따사로움이
모두 수고한 우리는 위해 주는 선물 같았다
이날도 원래의 목표는 지나가는 길에 휴게소에 들려서 밥을 먹고 바로 영암으로 향하는 것이였다.
하지만 우린 방향을 틀어 빠져나와 우리들만의 작은 일탈을 했다고 생각한다.
일탈속에서 만난건 그냥 좋은 기분이 아니라
괜한 설레임 그리고 작은 한떨기의 추억이였다
그렇기에 나도 그때의 이야기를 이렇게 풀수 있었고 말이다
우리의 가볍게 흥얼거리는 발걸음이 닿는 곳곳은
마치 우릴 위해 준비해 놓은 것같은 풍경들이
무더운 더위에도 우리를 자꾸만 걷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
가까이 있었다면 몰랐을 특별함이 잠깐이 되니 더욱 반짝이며 빛을 발한다.
어느새 내 기억엔 뻘뻘흘리던 땀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그냥 시원했던 것 같기도 하다
우리가 보았던 강들도 맑았던것 같고
그날의 하늘도 사진보다 더 파랬던 것 같다.
해는 반짝이게 일렁이고 바람은 플룻의 소리처럼 부드러웠던 것 같다.
사실 이런것들은 기억의 오류일 것이다.
생각보다 강은 불투명했을 수도, 하늘은 푸른색이 잘 보이지 않게 구름이 끼었을 수도
햇살이 뜨겁다라고 표현할 수 없는 무더위에, 바람이 불지 않아 투덜댔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상관없지 않을까.
과거와 미래는 신기루 같은 것들이니
다시 오지않은 시간들은 내가 예쁘게 꾸미기 나름이다.
남은건 우리가 가장 사랑했던 장면들을 사진으로 남아 볼 수 있다는 것
기억을 더듬고 다듬어 볼 수 있다는 것
그게 내가 생각하는 추억의 되새김이다.
어쨋든 우리는 사진안에서 너무나 환하게 웃고 있었으니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엔 영암을 벗어나 잠깐 다녀온 김해와 진주 이야기를 짧게 풀어보았는데요.
다음편에선 다시 영암의 이야기로 돌아올려고 합니다.
정말 얼마 남지 않았군요 이야기속의 내가 다시 서울에 오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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